조직을 관리하는 사람이 되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시킨 대로만’ 하는 사람과 ‘시킨 의도대로’ 하는 사람입니다. 말의 의미도 비슷해 보이고, 만들어 내는 결과도 비슷해 보이지만, 둘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웃풋과 아웃컴의 차이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신상품 개발’이라는 프로젝트 기획안을 쓰는 과제가 주어졌을 때, 시킨 대로만 하는 사람은 아웃풋(output)에 집중하는 사람입니다. 제목도 그럴듯하게 짓고, 신상품 개발의 기획의도와 개발 과정 등도 적습니다.
하지만 막상 내용을 뜯어보면 별로 고민한 티가 나지 않습니다. 코로나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는데, 코로나 위기와 상관없는 내용일 때도 있습니다.
반면 시킨 의도대로 하는 사람은 아웃컴(outcome)에 집중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상사가 이런 업무를 왜 시켰는지 먼저 고민합니다.
‘회사의 운영이 어렵기 때문일까?’,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함일까?’, ‘그저 시장 조사를 하고 싶은 걸까?’ 또한, 이런 고민을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획안이 무엇인지도 고민합니다. ‘신입사원으로서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바라는 걸 거야. 그러니 최대한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자!’ 그 결과, 내용은 다소 미흡할지 모르나, 관리자가 원했던 방향대로 기획안을 작성해 옵니다.
이를 통해 결과를 내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웃풋에 집중하는 것과 아웃컴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아웃풋은 단순히 인풋(input)에 대한 출력일 뿐입니다. 아웃풋에 집중할 경우, 다음과 같이 성과중심적이고 결과 중심적으로 사고합니다.
🔹8시간의 근무를 모두 마쳤다.
🔹프로젝트 기획안 작성 업무를 다 했다.
그러나 아웃컴은 아웃풋이 갖는 의미나 영향, 성과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고 일을 하거나, 혹은 일한 후 그 결과에 대해 성찰합니다. 과정 중심적이고, 사고 중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예를 아웃컴의 관점에서 설명하자면,
🔹8시간 근무 동안 조직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결과물을 생산했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 기획안은 앞으로 팀장님을 거쳐 실장님께도 드릴 예정이므로, 실장님이 잘 모르시는 부분에 대해서도 주석을 달아서 작성했다.
이처럼 아웃컴은 ‘했냐, 안 했냐’ 수준이 아니라 그보다 더 본질적인 수준에서 변화를 가져다주었는가를 따지는 것입니다. 즉, 아웃컴은 단순한 산출물,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조직에 긍정적인 가치와 파급효과를 가져다주었는가’에 대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아웃컴에 집중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왜 아웃컴에 집중해야 할까요? 사실 아웃풋과 아웃컴은 결과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다룬다는 점에서 측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아웃컴이라는 생소한 개념에 집중해야 하는 까닭은, 아웃컴은 ‘인적자원 관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다 아시는 말이겠지만, ‘사람은 미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능한 인재는 기업 성장에 필수적이죠. 그런데 연봉이나 복지만으로 인재를 모집할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단순히 연봉 및 복지만으로는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지식 노동자의 76%는 앞으로 일보다 가족, 개인 흥미 위주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설령 연봉이나 복지가 부족하더라도 말입니다.
이에 따라, 생산성을 측정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 일의 양(output)보다 한 일의 가치(outcome)를 평가받기를 원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했냐 안 했냐’ 수준의 척도보다는 ‘어떠한 가치와 파급 효과를 생산했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직원을 평가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아웃풋이 아니라 아웃컴을 통해 직원을 평가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직원(인재)이 늘어날 예정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는 기업’이 택해야 하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이제 결과물로만 평가하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웃풋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아웃컴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전시행정을 넘어, 아웃풋을 넘어
공무원 사회를 비판하는 말 중에 ‘전시행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럴듯한 행정 결과물만 추구한다는 비판입니다.
대표적인 전시행정이 ‘거리의 미관을 조성하기 위한 조형 미술품 설치’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큰 빌딩 주변에 여러 조형 미술품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를 ‘공공미술’이라 하는데, 일정한 크기 이상의 빌딩에는 반드시 설치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미술을 설치해야 한다’라는 ‘아웃풋’에 집중한 나머지, 오히려 거리의 미관을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거리 미관 조성’이라는 ‘아웃컴’에 집중했다면 주변의 경관 및 빌딩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그에 어울리는 조형 미술품을 설치했을 텐데, 아웃풋에 집중했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죠.
아웃풋과 아웃컴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둘 다 결과물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디테일을 보는 것이 관리자의 실력이라고 할 수 있죠. 아웃풋보다는 아웃컴에 집중하고, 아웃컴을 분별하는 눈을 키우시기 바랍니다.